“좋아하니까 버틴다”는 ‘나완비’ 이준혁...‘이토록 완벽한 배우’라니
SBS ‘나의 완벽한 비서’ 이준혁 종영 인터뷰
한지민과 호흡 호평받으며 12% 자체 최고 시청률 종영
요즘 40대는 웬만해선 ‘아저씨’로 불리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중증외상센터’의 주지훈(43), ‘지금 거신 전화는’의 유연석(41), ‘오징어게임2’의 공유(46) 등 관록의 연기력에 빈틈없는 슈트핏(fit), 20대 못지않은 ‘미모’까지 겸비한 40대 배우들이 브라운관을 휩쓸면서 ‘요아정’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기 때문. 요거트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디저트 브랜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여기서의 ‘요아정’이란 ‘요즘 아저씨의 정석’이란 뜻.
‘요아정’ 인기 돌풍의 중심엔 바로 이 남자, 배우 이준혁(41)이 있다. 그는 14일 시청률 12%(이하 닐슨 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를 기록하며 종영한 SBS 금토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헤드헌팅 회사 대표 한지민(강지윤 역)의 비서이자 판타지에 가까운 완벽남 유은호 역할을 자연스레 소화해내며 ‘로맨스 대세남’에 이름을 올렸다. 주로 장르물에서 활약했던 그가 이 작품 한편으로 ‘완벽한 여심 로망’으로 우뚝 선 것이다.
”내 얼굴을 보고 ‘잘생겼다’가 나오겠느냐”
최근 종영을 앞두고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인기 급상승의 척도인 ‘요아정’에 대해 듣더니 “진짜 먹고 싶다”며 웃었다. 요즘식 ‘요아정’의 뜻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쑥스러워 화제를 돌리려던 것도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원래 그는 한 번에 피자 라지 사이즈 5판은 거뜬히 해치우는 대식가. “아무래도 화면에 잘 나오려면 자제할 게 많으니까요. 배달 앱 속 음식을 보면서 ‘오늘 한 번은 먹어도 괜찮지 않나’ 하며 고민하는 시간이 적지 않아요.”
드라마 속 까칠과 냉대로 중무장한 대표 한지민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촉수를 곤두세우며 완벽한 자료 정리와 일정 체크는 기본, 뜨거운 커피를 사 들고 오면서 식는 시간까지 고려해 한지민 취향에 딱 맞는 온도까지 맞추는 유은호를 완성하는 이준혁의 숨은 노력이다. “촬영장에서 저는 비싼 소품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소품에 문제가 생기면 제작비가 늘 수 있잖아요.(웃음) 우리 직업의 특히 아름다운 지점이, 모두가 최상으로 합심해 이 ‘소품’을 빛나게 해주십니다.”
이준혁은 화면 속 유은호와는 되도록 거리를 두려 하는 듯 보였지만, 유은호는 실상 이준혁이 연기했기에 설득력을 얻는다. 하얗고 맑은 피부에 청초한 느낌마저 드는 큰 눈망울, 깎아 빚어놓은 듯한 콧날과 턱선의 소유자. 팬들은 그를 ‘밀키 바닐라 엔젤’이라 부르고, 상대역인 한지민조차도 “옆 얼굴이 조각상”이라고 했다.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4회 마지막 부분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냉담했던 한지민이 점차 마음을 열며 내뱉는 대사는 무려 “잘생겼다”. 지금껏 어떤 로맨스 드라마에서도 이렇게 단편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은 찾기 힘들다. 그는 대본을 받은 뒤 “내 얼굴에 이 대사가 나오겠느냐. 못 찍는다”고 했다가 “한지민 씨 연기라면 시청자들이 속아 넘어줄 것 같아 시도했다”고 웃었다. 1회 5.2% 시청률은 4회 만에 11.3%로 급상승했다.
“유은호는 주연이면서 거의 모든 장면의 조연이기도 하거든요. 다른 사람들의 문제 거리에 반응해주고, 함께 해결해가는 과정에 속한 존재라 최대한 튀지 않으려 했어요. 말하자면 베이스 기타랄까요. 메인 보컬처럼 앞에 나서 ‘나 멋있어’ 하는 순간, 드라마는 잘 못되겠다 싶었죠.”
큰 줄기에서 보면 드라마는 온갖 클리셰 뒤범벅이다. 깐깐 도도 상사와 다정다감 완벽 직원과의 티격태격 만남에,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쌍방 구원 서사까지 ‘뻔함’이 곳곳에 묻어있다. 성(性) 역할은 물론 각종 고정관념을 비틀며 차별화하긴 했지만, 시청자들이 열광한 지점은 ‘뻔함’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주변 인물에 귀 기울이고 한발짝 물러서 걷는 그의 모습이다.
“은호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던 지점은 언뜻 별것 아닌 보통의 존재 같아도, 누군가에게 건네는 작은 관심으로 그를 보호하거나 지켜줄 수도 있다는 것이에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도 요즘 필요한 부분이잖아요. 내가 대단하지는 않아도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고, 그를 통해 좋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는 의미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말을 종합하면 8일 방영된 11회에서 한지민이 이준혁을 향해 “은호 씨 덕분에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됐어요”라고 말하는 부분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셈이다.
“역할만 남고 ‘진짜 나’는 몰라주길 바랐었다.”
2007년 데뷔 이후 주로 장르물에 도전했다. 드라마 ‘적도의 남자’ ‘60일, 지정생존자’ ‘비밀의 숲’ ‘비질란테’ 등을 비롯해 영화 ‘범죄도시3’와 최근 ‘소방관’까지 선악을 넘나드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해왔다. 연기력에도 호평받았다.
‘비밀의 숲’ 시리즈에선 주인공 조승우 못지않게 인기를 얻는 통에 그가 맡은 서동재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핀오프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시즌 1 기회주의 비리 검사 서동재에서 짠내 가득 처세술의 생존형 검사(시즌 2), 비리 잡는 검사(스핀오프)로 거듭나며 팬들로부터 ‘느그(너희) 동재’에서 ‘우그(우리+느그) 동재’를 거쳐 ‘우리 동재’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외형 변신에도 적극적이었다. ‘지정생존자’에선 내면의 상처와 야망이 충돌하는 악역을 위해 9kg을 감량했고, ‘범죄도시 3’에선 마동석과 대치하는 지능형 부패 경찰로 20kg을 증량하며 목소리도 바꾸려 보이스 트레이닝도 받았다.
자는 시간 빼고 모두 영화 보는 것에 몰두할 정도로 ‘영화 덕후’인 그는 롤모델이란 단어 대신 ‘팬심’을 주로 썼다. “배우 크리스천 베일이 배역을 위해 수차례나 20kg씩 찌우고 감량한 걸 보면서 ‘나도 꼭 해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며 말을 이었다. “어릴 때는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천 베일이나 다니엘 데이루이스처럼 다양한 작품을 섭렵하며 매 작품마다 완벽하게 몰입하고 변신해서, 그 역할만 남고 본래 내 얼굴은 아무도 모를 정도의 경지가 됐으면 좋겠다는 판타지가 있었습니다.”
데뷔 20년을 앞두고 뒤늦게 ‘대세 배우’ 수식어를 달게 된 그는 또 어떤 변신을 계획하고 있을까. 그는 다시 크리스찬 베일 이야기를 꺼냈다.
베일이 영화 ‘바이스’(2019)의 딕 체니 역을 위해 증량을 하던 중 영화 ‘다키스트 아워(2018)’에서 윈스턴 처칠 역할로 완벽하게 변신한 게리 올드만에게 전화를 걸어 살찌운 비결을 물었더니, “‘찌우지 않았다(특수 분장)’는 답변에 놀랐다”(2019년 영국 선데이 타임스 인터뷰 내용)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들었다고 했다. 반은 웃으며, 반은 허탈해하는 표정이 어찌나 진실한지, 바로 새 작품을 찍어도 될 것 같았다.
“어떤 방식이든 변신하려는 노력의 길을 저도 밟아갔기 때문에 작으나마 공감대가 생긴 거잖아요. 미래에 혹시 그분들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나도 해봤다’며 대화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좋아하면 버틴다… 영화 덕후의 ‘완벽한 연기관’
그와 대화를 하다 보면 덕후가 팬심을 업(業) 삼아 몰두할 때의 긍정적인 설렘과 역할 해석에 대한 고민과 함께 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의 충돌을 마주하게 된다.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채우는 동안 반듯한 외모를 내세운 로맨스물을 거의 찾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그것이다. 그는 “이번에 대중적인 취향을 지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다 보니 새롭게 깨달은 게 있다”면서 “사람들이 대체로 악역에 대해 호감도가 낮다는 것을 최근까지도 몰랐다”고 웃었다.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서 팬심으로 일궈왔던 것이기에,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장르물이 갖는 리듬과 구조를 로맨스물에도 적용하면서 적응해 갔다”면서 “전자에선 어떤 원인으로 누군가를 살해한다면, 여기선 사랑을 거쳐 키스라는 액션을 나누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어색한 지 “다음번에 로맨스물을 맡을 기회가 생긴다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완벽한 비서’를 끝마친 그에게 ‘완벽한 연기관’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음식 이야기로 시작해서인지 그는 “배우의 신선도”로 쉽게 풀어냈다.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면서도, 양식장에 갇혀 요리당하길 기다리고 싶진 않습니다. 세상을 탐험하고 두려움과 싸우며 익힌 경험을 자양분 삼아 스스로 변주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준혁은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실수로’ 박스째 주문한 단백질 과자를 제대로 뜯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는 “직업상 늘 마음속에 드라마 ‘왕좌의 게임’ 속 대사인 ‘윈터 이즈 커밍(winter is coming·겨울이 오고 있다/어려운 시기에 대비하자는 뜻)’을 품고 있다”고 했지만 이미 넷플릭스 ‘레이디 두아’ 촬영에 돌입했기 때문. 넷플릭스 ‘광장’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도 특별 출연하는 등 현재 각종 출연 제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에도, 고맙게도, 여러 작품을 하면서 과연 버틸 수 있을까, 했는데 이젠 조금씩 부담감을 이겨내며 무게감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예전엔 정말 세상의 모든 영화와 드라마를 다 보고, 모든 역할을 다 해보고 싶었는데, 요즘엔 하나의 분야라도 제대로 해내서 나만의 상징성(시그니처)을 갖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좋아하니까, 버틸 수 있는 것이겠죠.”
♦인터뷰로 알아본 <이준혁의 TMI>
*캐러멜 팝콘, 갈릭 팝콘, 나초 등을 굉장히 즐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덕분에 ‘팝콘 왕자’ 별명도 갖고 있다. 이번 작품 중 고민고민 끝에 구매했다 실수로 6박스를 주문한 과자는 단백킹이라고. 이준혁은 “기사를 본 제과 업체 분들이 많은 연구를 해서 건강에 좋은 과자를 여럿 내놓으셨으면 좋겠다”고.
*이준혁은 ‘안녕 팝콘’이라는 그림책과 관련 게임도 내놓은 작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여기서 ‘팝콘’은 그가 키우던 반려견을 그리워하며 내놓은 작품의 주인공 이름. 그림책 ‘안녕 팝콘’은 2022년 출간 즉시 온라인 서점 3사 모두 유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이를 원작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 역시 인기다.
이준혁은 이에 대해 “기회가 되면 또 해보고 싶다”면서 “제 작품(제가 출연한 작품 포함) 중 별점이 가장 높은 작품”이라고 웃기도 했다. 그는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는데, 계속 사비를 들여 제작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다음에도 만들게 된다면 제작비 정도로 딱 1만원 아니 10만원 정도, 스태프들이랑 밥 한 끼 먹을 정도의 수익금은 남았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번 드라마에서 특히 좋아하는 장면은 강지윤(한지민)과 서로 마음을 확인하면서 말없이 시선을 교환하는 장면. 피플즈라는 공간에서 (대표) 방 안의 강지윤과 밖의 유은호가 서로 좋아하는 데 말을 못하며 안타까워하는 그 모습이다. 그가 좋아하는 영화 속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쩌면 클리셰 같은 장면이지만 잘 표현되면 되게 좋은 멜로 장면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뻔한 멜로’로 빠져들지 않기 위한 조금의 노력이자면, 현장의 합의하에 애드리브나 동선 등에 불규칙성을 둔 것이라고. 예를 들어 곽시양씨가 나왔을 때, 그의 걸음에 따라 유리창을 두고 같이 따라 걷는다든지, 강지윤(한지민) 대표와 함께 걷다가 갑자기 날아든 공에 대표에게 같이 농구를 하자고 말하는 장면 같은 것들 누가 보면 “얘 뭐야, 좀 이상해” 할 것들을 생각했다고.
그는 “농구도 어려운 장면인 게, 대본에서는 아름답게 표현돼도 현실에선 비서가 대표님 모시고 가다가 갑자기 ‘농구하실래요?’라는 것도 전혀 쉬운 일이 아니지 않으냐”라고 웃었다. (덕분에 지는 걸 싫어한다는 한지민을 향해 “대표님한테는 져드릴게요. 무조건”이란 명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이준혁이 뒤늦게 뜬 이유’ 등으로 자주 거론되는 과거의 ‘수염’과 관련해서는 “그때는 수염이 있어야 캐스팅됐다”고. 데뷔 드라마인 ‘조강지처 클럽(2007)’을 시작으로 당시 (제작진에) 선호하는 배우상이 수염이 있는 남성이어야 했기에 발모제를 바르라는 노하우가 전해지기도 했다고 (자신은 하지 않았다고) 그는 “수염이 없으면 쑥스러운 느낌이었다”면서 “그때는 나름 그 모습에 만족했다”고 웃었다.
*인기에 대한 실감은 아직 그다지 하지 못한다고. 원래 잘 들뜨지 않는 편인 데다, “이 나이에 들뜨기에는...”이라고. ‘당장 다음 일거리가 없지는 않겠구나’ 하는 마음에 감사할 뿐. 또래 친구들은 최근 생계에 바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서 “솔직히 제 친구들이 제가 뽀뽀하고 이런 거 보고 싶겠어요?”라며 머쓱해하며 웃음으로 마무리.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88243?sid=103
“좋아하니까 버틴다”는 ‘나완비’ 이준혁...‘이토록 완벽한 배우’라니
SBS ‘나의 완벽한 비서’ 이준혁 종영 인터뷰 한지민과 호흡 호평받으며 12% 자체 최고 시청률 종영 요즘 40대는 웬만해선 ‘아저씨’로 불리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중증외상센터’의
n.news.naver.com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MBC 퇴사' 김대호, 예능 출연금지에 반박 "나 스케줄 많아, 보통 아냐" (1) | 2025.02.15 |
---|---|
"수능 390점 정도" '서울대' 옥자연, '연대' 전현무도 겸손하게 만드네 (나혼산)[종합] (0) | 2025.02.15 |
‘파격 동성애’ 이혜리-정수빈…“발칙한 캐릭터+정서 흥미로워” [화보] (0) | 2025.02.15 |
"강렬 이미지와 딴판" 옥자연, 의식의 흐름대로 '자연美 라이프' (나 혼자 산다)[종합] (0) | 2025.02.15 |
"곰팡이 피고 썩어" 추성훈, '불화' 야노시호 쓰는 도마 상태에 헛구역질 (1) | 2025.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