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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해도 술 못 마셔? 아빠 정년연장?…'만 나이'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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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해도 술 못 마셔? 아빠 정년연장?…'만 나이' 진실은

 

 

 

계묘년(癸卯年)인 2023년 새해 첫날 경기 고양시 일산차병원에서 태어난 쌍둥이. 뉴스1

 

 

 

 

은행원 김모(54)씨는 요즘 입버릇처럼 동료에게 “‘만 나이’로 바뀌면 정년도 늦춰지는 것 아니냐. 은근히 기대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김씨의 생각은 오해다. 이미 근로자 정년은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법이 바뀌더라도 달라지는 게 없다. 일명 ‘만(滿) 나이 통일법’을 이달 28일부터 적용하는 데 따른 ‘오해와 진실’을 정리했다.

 

◇‘만 나이’?=국내에서 쓰는 나이 계산법은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등 3종류다. 그동안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쓴 나이가 세는 나이다. 태어난 날부터 1살로 친다. 이후로 1월 1일부터 해가 바뀔 때마다 1살씩 더하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생일이 12월 31일인 사람은 태어난 지 이틀 만에 두 살이 되기도 했다.

 

만 나이는 ‘출생일’을 기점으로 나이를 센다. 태어난 뒤 생후 1주일, 100일 식으로 따지다 생일이 돌아와 1년(돌)이 됐을 때 1살로 친다. 국제적으로 통용하는 방식이다. 연 나이는 일상에선 거의 쓰지 않는다. 행정 서비스의 효율성 등을 위해 일부 법령에서 적용한다. 생일과 무관하게 단순히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빼서 계산한다.

 

◇개정법 핵심은=28일부터 시행하는 만 나이 통일법의 정식 명칭은 ‘행정기본법 일부 개정법률 및 민법 일부 개정법률안’이다. 각종 법령·계약·공문서 등에서 표시한 나이를 원칙적으로 만 나이로 해석하는 내용이다. 행정기본법에 ‘행정에 관한 나이 계산은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만 나이로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민법에서 나이 표기를  ‘OO세’와 ‘만 OO세’로 혼용해 쓰던 것을 만 없이 ‘OO세’로 통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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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여울초등학교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왕관을 쓰고 서로 입학을 축하해주고 있다. 뉴스1

 

 

 

◇연금 수령, 초등학교 입학 늦춰진다?=만 나이 통일법에 따라 “정년이 연장된다” “국민연금 수령 개시 시점이 늦어진다” “65세 이상 어르신의 교통비 지원 개시가 늦어진다”는 등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현재도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어 개정법을 시행하더라도 변화가 없다. 만 18세 이상 대통령·국회의원 선거권 부여, 만 65세 이상 경로 우대 등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 공무원 채용시험 응시 제한연령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미 세는 나이가 아닌 연 나이를 기준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는 기존대로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만 나이로 6세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입학하는 식이다. 내년에는 2017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지난 3월 경기 용인시 포곡읍 육군 제55보병사단 사령부에서 열린 신병 입영식. 뉴스1

 

 

◇고졸 음주, 군 입대 기존대로=‘청소년 보호법’은 청소년을 ‘만 19세 미만인 사람’으로 규정한다. 다만 ‘만 19세 되는 해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는 부가 설명에 따라 사실상 연 나이가 기준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생일이 지나지 않았을 경우 여전히 청소년에 해당하는 식이라 2001년 청소년의 정의를 만 나이에서 연 나이로 바꿨다. 같은 해 태어난 또래면 같은 대우를 하는 취지다. 생일에 따라 나이가 제각각인 대학 신입생이 주점에서 술을 마시더라도 문제가 없다.

 

 

마찬가지로 병역법도 ‘병역의무 이행시기를 연령으로 표시한 경우 ‘○○세부터’란, 그 연령이 되는 해 1월 1일부터를, ‘○○세까지’란 그 연령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를 말한다”고 규정해 연 나이에 따른다. 병력 자원을 연도별로 관리하고 병무 행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다.

 

 

◇‘별도 보험나이’ 적용…보험상품 가입 시 확인해야=은행이나 보험 등 금융사를 이용하는 데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사 등은 이미 대부분 만 나이를 적용해 상품 등을 운용하고 있어 기존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서식은 기존 나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자사 홈페이지와 상품설명서 표기 수정에 나서는 등 막바지 준비에 분주하다.

 

 

특히 보험업권은 그동안 별도의 ‘보험 나이’를 적용해온 만큼 만 나이 도입 이후 고객은 보험 가입 시 반드시 개별 약관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보험 나이는 계약일에 만 나이를 기준으로 6개월 미만이면 끝수를 버리고 6개월 이상이면 끝수를 1년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1996년 10월 9일생과 1997년 4월 9일생은 만 나이가 26세로 같지만 이날 기준으로 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 나이는 각각 27세, 26세로 다르다. 보험 나이가 증가하면 보험료가 높아지기 때문에 소비자는 보험 계약일이 만 나이 기준 6개월이 지나기 전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에 나이 기준이 만 나이로 통일됨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도 보험 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별도의 나이 체계를 가진 보험업권에 중장기적인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출처,저자권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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